은총론 서론 - 김미정 (아녜스) 수녀
은총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 - 2, 3
2) 신자들을 통해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중의 하나는 ‘모든 것이
다 은총이고 하느님의 뜻’ 이라는 말인데, 이 말이 마치 진정한
신앙인의 말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모든 것이 다 은총이면,
일상과 은총간에 구분이 없다는 의미이고, 인간의 의지로 이루어
지는 일들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미화하여,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마치 하느님의 뜻으로, 은총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이 경우 인간은 굳이 노력하고, 창조하며 살 필요도 없고, 모든
것이 하느님에 의해서 결정되어 지게 된다는 숙명론으로 이끌게
된다. 또한 모든 것이 다 은총이면, 하느님은 불행을 은총으로
생각하게 하는 잔인한 분이기도 하다.
3) 9일 기도, 54일 기도 등을 하면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인간의 업적과 비례적인 관계로 은총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렇게 기도를 많이 했는데, 들어
주시지 않았다’ 라는 원망의 소리도 듣게 된다. 이는 인간의 노
력에 따라 은총을 받게 된다는 말이고, 이는 인간의 구원이 결
국 인간의 손에 달린 일이 되고 만다. 즉 구원은 인간의 실적
에 의한 것이고, 결국 하느님의 은총은 필요 없게 되는 것이 아
닌가?
그러면 은총이란 무엇이고, 은총을 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은
총에 대한 이해는 하느님께서 인간과 어떻게 관계하시는가를
이해하게 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하느님이 누구신지를 알아야
하는 문제다. 즉 진정한 의미의 은총의 이해는 하느님에 대하여
그리고 인간의 자유와 소명에 대하여 올바른 이해로 이끈다.
은총론이란 결국 하느님께서 세상을 향해서 어떻게 행동하시는
가 하는 것을 보는 학문으로, 성경을 통하여 하느님은 어떤 분
이신지, 어떻게 인간 역사에 개입하시며, 인간과 어떠한 관계를
맺으시는지를 봄으로써 올바르게 이해되는 학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