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1. 스스로 깊어지는 힘, 회개
09 나를 사랑하는 지름길
텍사스 주 댈러스에 있는 교우들을 위해 피정을 가
졌습니다. 5일 동안의 피정을 마치고 신시내티로 돌아왔습니다. 나름
대로 열심히 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과는 달리 그동안 쌓인 육체적
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몸과 마음의 재충전을 위해 골프
로 운동을 마친 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습니다. 기분이 날아갈듯 상
쾌했습니다. 그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수건으로 젖은 몸을 닦던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대형 거울 앞에 비친 내 모습이 순간적으로 미
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처럼 보였습니다. 눈을 껌뻑이며 자세히 보니,
정말로 아주 잘생긴 신체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보디빌딩을 하는 젊
은이처럼 딱 벌어진 어깨, 온통 근육으로 다져진 상체와 시원하게 트
인 이마가 아름다운 조각품 같았습니다.
순간 <시편>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를 하느님 다음가는 자리
에 앉히시고 존귀와 영광의 관을 씌워주셨습니다. 손수 만드신 만물
을 다스리게 하시고 모든 것을 발밑에 거느리게 하셨습니다." (시편 8
,5-6)
미국이 우주선을 달에 처음 쏘아 올렸을 때 교황님께서 인용하셨던
'인간에 대한 찬미가' 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
토록 생각해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펴주십니까?" 하
고 노래한 <시편> 저자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하느님은 내게도 좋은 것, 남이 가지지 않은 장점, 그리고 인간으로
서의 존엄한 자아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만물의 영장
이며 하느님의 모상인 나 자신의 영혼과 육신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
고 감사하며 살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내 육체는 주님의 손길이 빚어
만드신 작품입니다. 주님이 주셨으니, 은혜의 도구로 성장시키고 발
전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그 이후 나는 매사에 욕심내어 무리하게 일
하던 생활습관을 가능하면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최소한 자는 시간
과 일어나는 시간만은 규칙적으로 지키려고 애썼습니다. 또 내가 그
동안 살아온 모습을 돌아보면서 여러 가지 음식과 술, 음료수를 마실
때도 하느님이 현존하시는 내 육체를 하느님 뜻에 맞게 관리하려고
신경 썼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의 나쁜 습관들이 쉽게 끊어졌습니다. 일을 할 때
도 우선순위를 정해서 그날의 컨디션에 알맞게 안정적으로 했습니다.
먹는 음식도 조금 부족할 정도로 조절했습니다. 육체가 건강해지니까
기도도 더 잘되고, 기도로 봉사하는 삶의 기틀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
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지금길입니다. 동시에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는 참된 봉헌의 길이기도 합니다. 자신을 격려하고 아끼고
사랑하면서 긍정적인 사고로 생활하다 보니 마음이 한결 깨끗해졌습
니다. 순수해진 내 마음에 성령께서 함께 계시니 회개에 대한 열망도
자주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길로,
그리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으로 나를 인도해주셨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