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스크랩] 신앙의 신비여 - 01 사제는 희망의 사람

사랑의 기쁨 2013. 4. 21. 09:24

찬미예수님!

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4. 하느님의 위대한 목소리, 소명

01 사제는 희망의 사람
나는 어린 나이에 성소의 소망을 품었습니다. 중 - 고 등학교와 신학교 생활 내내 사제의 꿈을 키우며 신앙의 기쁨 속에 지 냈습니다. 그런 내게 '심각한 사건'(?)이 생겼습니다. 사제가 된 지 불과 2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 젊음의 열정, 그리고 사명감에 불탔던 새 사 제시절, 사제의 삶에 대한 지식과 조언, 지혜와 경륜을 듣고 배우고 싶어서 나는 선배 사제들, 특히 연로하신 사제들과 은퇴하신 사제들 을 찾아뵈었습니다. 그러나 내 기대는 어긋났습니다. 내가 만난 대 부분의 노사제들이 자신의 사제생활을 영웅담처럼 얘기하려 했고, 후배 사제들의 잘못만을 지적하고 비판했습니다. 또 교구에 대한 자 신들의 공헌에 비해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으며, 사제들과 교우들에 대해 무척 섭섭해하고 불만이 많았습니다. 나는 그분들을 만난 뒤, 벽에 부딪친 느낌이었습니다. 사제생활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들었습니다. 3, 40년을 사 제로 살아온 분들이 왜 여느 동네 할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말씀들 을 하고, 그들과 비슷한 여생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계시종교(啓示 宗敎) 안에서 말씀 속에 살았고 말씀을 전했던 사제들, 또 거룩한 성 사(聖事)를 집행하고 성사를 주례했던 주체들의 모습이 왜 저럴까, 선배 사제들에 대한 실망은 사제직에 대한 회의로 발전해갔습니다. 그것은 패기에 넘친 젊은 사제였던 내게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나보다 훌륭한 선배 사제들이 이러할진대, 십중팔구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나도 훗날 저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서글 퍼졌습니다. 그렇다면 사제로서의 내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공 의회 문헌도 읽어보고 다른 신부님들과 의논도 해보았지만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고민이 깊어지고 희망이 없어졌습니다. 그렇게 거의 10년간 나의 사제생활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 속에 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마치 바람 빠진 공이 되어 굴러가는 듯했습 니다. 당연히 세상과 자신 안의 엄청난 유혹에 흔들렸고, 그것을 이 겨낼 용기와 지혜도 없었습니다. 의례적이고 기계적인 사목 활동을 반복하면서 로만 칼라 뒤에 숨어 지내는 내가 너무 싫었습니다. 내 안에서 내가 무너지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릴 즈음인 1970년대 초,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국 땅을 떠났습니다. 낯선 독일을 거쳐 미국 워싱턴 D.C.까지 가서 교회를 세우고 사목 활동을 하였지 만 정신적인 방황은 계속됐고, 사제로서의 내 삶은 잔인한 형벌처럼 느껴졌습니다. 첫 미사를 봉헌하던 때의 감격과 떨림은 이미 잊혔고 하느님 생각에 잠 못 들고 눈물 흘리던 열정과 설렘도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성직을 수행해야 하는 나 자신을 보는 것 자체가 차라리 지옥이었습니다. 내가 나를 이렇게 기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스스로 위축되어갔습니다. 그러나 놀라우신 하느님께서는 그런 나를 내버려두지 않으셨습니 다. 하느님께서는 한 수녀님을 내게 보내주셨고 수녀님은 고민에 빠 진 사제가 안타까웠던지 성령피정을 신청해놓고 다녀올 것을 권했 습니다. 1977년 필라델피아에서 있었던 5박 6일의 성직자 성령피정 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성령을 다시 만났습니다. 성령께서는 나를 회개로 인도해주셨고, 나를 일으켜 세워주셨습니다. 내 생활이 재정립되었 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셨습니다. 특히 내 안에 성 령을 모시고 난 후 나는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대해 올바르게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날 내가 본 사제의 모습은 원래 교회가 바라는 사제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제는 스스로 영원한 비전 속에 살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며, 세상의 희망이 아닌 하늘나라의 희망을 전달해주는 하느님의 도구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하게 하시는 분은 내가 아니라 내 안에 계시는 성령이 시며, 사제직은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된 것입니 다. 그때 내 안에 오신 성령께서는 봄날의 새순 같은 새 생명을 내게 주셨습니다. 나는 잃었던 기도생활을 되찾았고 주님의 말씀에 깊이 맛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방향을 잃고 바다 위를 표류하던 내 사제생 활은 마침내 편안한 항구를 만나 새로운 항해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 다. 그때부터 매 순간 주님을 바라보면서 기쁘고 보람차게 살아갔습 니다. 성령과 가까이, 성령과 일치하면서, 성령의 도움으로 기쁘고 마음 편하고 생기 있게 모든 사목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알았습니다. 아시시 성인의 태양의 노래 가운데 죽음을 초월 한 은총이 무엇인지를 ----. 영원한 희망을 향하여 오늘의 작고 큰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으며 ---. "사제의 맘은 예수 맘, 우리를 애써 돌보시며 어디서나 길 잃은 양 주님께 인도해주시네. 오 착한 목자 예수여, 네 사제를 축복하사 거 룩하게 하옵시고 네 사제되게 하소서. 거룩하게 하옵시고 네 사제되 게 하소서."(성가 <사제의 마음> 중에서)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출처 : 선교사랑방
글쓴이 : 마르티노 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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