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서간 - 코린토 1서의 부활 신앙
1코린 15장. 부활 신앙 - ‘그리스도의 부활’과 ‘죽은 자들의 부활’
부활 신앙의 중요성
‘부활 신앙’은 ‘예수 부활에 대한 신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죽은 자들의 부활에 대한 신앙’도 포함한다. 이 점에 관하여 코린토 1서 15장은 말하려고 한다.
1코린 15장을 바오로 사도가 쓰게 된 계기는 코린토의 그리스도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계기는 코린토 신자들 중에서 일부가 “죽은 이들의 부활이 없다”고 주장한다(1코린 15,12)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소식은 그를 매우 염려하게 하였다. 왜냐하면 바오로에게 있어서 ‘죽은 이들의 부활’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여러 신앙 내용 중의 하나 정도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신앙을 그리스도 신앙이게 하는 근본적인 것을 믿지 않는 것을 의미하였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죽은 이들의 부활’을 믿지 않는다는 것, 즉 ‘죽으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라는 태도는 결국 ‘그리스도의 부활’도 제대로 믿지 않는 태도였고,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를 흔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문제에 관하여 편지의 거의 마지막 부분인 여기 1코린 15장에서 초창기 교회의(신앙고백) 전승문을 사용하는 등 자세히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부활(1코린 15,1-11)
구성: 1코린 15,1-11은 다음의 네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3ㄱ절; 3ㄴ-8절; 9-10절; 11절. 이 중에서 1-3ㄱ절은 도입문의 역할을 하고 11절은 결문의 역할을 한다. 그 중간의 내용들은 모두 ‘그리스도의 부활’과 관련된 내용이다. 3ㄴ-5절은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죽음-묻히심-부활-발현[현현] 포함)에 관하여, 5-8절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증인들’에 관하여, 9-10절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증인의 하나인 바오로의 사도직’에 관하여 말한다. 11절은 1-3ㄱ절과 일종의 수미상관법을 이루면서 1-11절 단락의 결문역할을 한다.
1-3ㄱ절은 일차적으로 3ㄴ-5절에서 말하려는 복음의 내용에 관한 ‘전승’을 도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도입부의 문체는 장중하다.
3ㄴ-5절에 의하면 바오로가 그토록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전해 준 복음의 내용은 “그리스도께서 죽으셨다는 것, 묻히셨다는 것, 일으켜지셨다는 것(부활하셨다는 것), 나타나셨다는 것”의 네 가지로 요약된다. 그런데 ‘묻히셨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가사(假死) 상태에 계셨던 것이 아니라 참으로 ‘죽으셨다는 것’을 확인하는 말이고, ‘나타나셨다는 것’은 ‘되살아나셨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말이라고 본다면, 복음의 내용은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셨다(되살아나셨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이 사건’이 어떤 의미에서 우리에게 ‘기쁜 소식’(복음)이 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죽음이 “우리 죄들을 위한 죽음이었다는 것”과 그리스도의 부활이 ‘죽은 이들[장래의 우리들]의 부활’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그 가운데 더러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6절): 자신들이 본 것을 증언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직 있을 만큼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신앙’의 근거는 확고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이 10절은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짤막한 일종의 찬미가이다. ‘은총’이라는 단어가 10절에서만 3번이나 나오고 그 내용도 매우 강조되어 있다. 하느님의 은총은 아무런 효과도 없이 공허하게 남아있지 않고 바오로의 삶 전체를 바꾸어 놓을 만큼 효과를 내었다. 그런데 10절에서 바오로가 말하는 ‘은총’ 은 단지 부르심을 받을 때의 은총만이 아니라, 그 이후의 ‘사도’로서의 삶의 전체과정에서 하느님이 베푸시는 은총을 모두 포괄한다. 그러나 8-10절에서 바오로가 하느님의 은총을 강조한다고 해서, 하느님의 은총은 인간 바오로로 하여금 더 이상 아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게 하였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다음 말씀에서 드러난다. “나는 그들 가운데 누구보다도 애를 섰습니다.” 문맥에서 볼 때 하느님의 은총은 바오로의 그 많은 수고의 원동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1-11절의 대목에서 한 가지 더 유의해야 할 점은 바오로가 자신이 지금 코린토 교우들에게 상기시키고 있는 복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자신의 복음 선포가 “전승(傳承)”과 합치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내가 전해 받은 것을 전해 주었다”고 말하는 1절과 3절에도 이미 나와 있지만, 1-11절의 결문인 11절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리하여 나나그들[5-7절에서 언급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을 체험한 일련의 증인들]이나, 우리 모두 이렇게 선포하고 있으며 여러분도 이렇게 믿게 되었습니다.”
죽은 이들의 부활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희망(1코린 15,12-58)
바오로는 12절부터 본격적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죽은 이들의 부활’ 문제를 다룬다.
문제의 발단은 코린토 교우들 중에서 일부가 ‘죽은 이들의 부활’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12절). 사실 그 전 단락인 1-11절에 나오는 ‘그리스도의 부활’에 관한 말씀은 바로 이제부터 다룰 ‘죽은 이들의 부활’에 관한 말씀의 근거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 다음 구절들은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신앙’과 ‘죽은 이들의 부활에 대한 신앙’이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14절);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께서도 되살아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16절). 이상 인용된 말씀들과 특히 “우리가 현세만을 위하여 그리스도께 희망을 걸고 있다면, 우리는 모든 인간 가운데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입니다.”라는 19절의 말씀은 ‘죽은 이들의 부활’에 관한 믿음이 그리스도인들의 실존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잘 나타내 준다. 사도 바오로 자신의 삶을 보더라도 ‘죽은 이들의 부활’이 없다면, 그가 복음 전파를 위하여 겪고 있던 그 모든 고생은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 된다. ‘죽은 이들의 부활’ 없다면, 후대의 그 많은 순교자들의 삶도 모두가 헛된 것이 되고 만다. ‘죽은 이들의 부활’이 없다면, 행복선언(마태 5,3-12)을 비롯한 예수님의 모든 가르침도 허망한 것이 될 뿐이다.
20절: “그러나 이제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습니다. 죽은 이들의 맏물이 되셨습니다.”
바오로의 신학 전반을 고려하여 보면 바오로에게 있어서 세례는 마술적인 힘을 발휘하는 의식으로 이해되지 않고,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결합을 의미하는 신앙을 실행하는 예식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
35-49절에서 바오로는 ‘죽은 이들의 부활방식’(달리 표현하면 ‘육신부활 문제’)에 관하여 논한다. ‘죽은 이들이 어떻게 되살아나는가?”라는 35절의 질문은 이 단락의 주제를 제시한다. 제기된 질문에 답을 주기 위해 36-41절에서는 여러 가지 예들이제시되고, 42-44절에서는 다섯 번이나 대조가 연속 나오는데, 이 모두는 ’부활한 후의 몸‘이 ’죽을 때의 몸‘에 비교해서 좋은 면에서 얼마나 다른지를 강조한다. ’부활한 후의 몸’은 ‘썩지 않고’, ‘영광스러우며’, ‘강하고’, ‘영적이고’, ‘천상에 속한’ 것이라고 말한다.
58절: 1코린 15장 전체를 사도 바오로는 ‘굳게 서서 흔들리지 말라’는 권고로 마친다. ‘주님의 일을 많이 하는 삶은’ ‘그리스도의 부활’(1-11절)과 ‘죽은 이들의 부활’(12-58절)에 대하여 확고히 믿고 있다는 것을 증거하는 삶이다. 그런 삶이야말로 “이승에만 희망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19절 참조)을 보여주는 삶이다.
1코린 15장 해설을 마치며
‘죽은 이들의 부활’에 대한 믿음은 바오로 사도에게 있어서, 그리스도교의 기초에 해당되는 중요한 믿음이었다. 그러나 이 믿음은 바오로 사도 당시의 유다인들에게도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믿기가 매우 어려웠던 것이었다. ‘부활논쟁’에 관한 복음서의 대목과 사도행전 23장이 잘 보여주듯이, 예수님과 바오로 사도 당대의 유다인들의 대표적인 종교 그룹이었던 사두가이들과 바리사이들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름 아닌 이 ‘죽은 이들의 부활’에 대한 믿음이었다. 사실 ‘죽음후의 생명’에 대한 믿음의 표현들은 구약성경시대의 후기에 가서야 비로소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었다.
‘죽은 이들의 부활’에 대한 믿음을 바오로 사도는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가?
답: 바오로는 이 믿음을 스스로 노력하여 깨달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계시함으로써’ 알게 된 것이었다. 말하자면, 하느님께서 정반대의 길로 달리고 있던 바오로를 붙잡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믿음이었다. ‘죽은 이들의 부활’에 대한 믿음은 바오로 사도에게 있어서, 너무도 확실한 믿음이 된,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믿음의 귀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