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가다 86
대전에 가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대전거리를 거닐었다. 십 수년전에 있던 홍명상가와 중앙데파트 근처에 갔다. 그 부근에 그만한 크기의 상가가 지금은 없다. 두 큰 상가가 사라져 아쉽기만 하다. 아치형으로 만든 다리 아래로 물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거기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은 많치 않았다. 한적한 곳을 거니는데 쉬고 가라고 나를 이끄는 여성이 있었다. 그 말은 여자하고 재미좀 보고가라는 뜻이다. 또 다른 곳에서도 예쁜 여자가 있다고 하기도 해서 자칫 유혹에 빠지기 쉬운 무서움으로 다가왔다. 대낮에도 그런데, 한밤중에는 오죽하랴.
대전역의 표 파는곳은 넓은 면적을 갖추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붐비지만, 편리하게 만들어 놓았다. 추억의 가락국수를 파는 곳이 있다. 그것을 보니 예전에 기차를 타고 대전역에서 잠깐동안 정차했을 때 먹은 가락국수 맛은 잊지 못할 정도이다.
보문산으로 향하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데, 예전에 중앙극장있던 곳으로 향하는 횡단보도로 많은 사람들이 물밀 듯 지난다. 거의 학생과 젊은이들이지만 한 명의 장발을 한 중년으로 보이는 사람도 지나가고 있다.
보문산 입구에는 사찰들이 있어 부처님 오신날을 축하라도 하듯 연등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산을 오르는데 다람쥐 한 마리가 부시럭 거렸다. 아주 작은것이 아니어서인지 징그럽게 보였다. 보문산공원은 차가 오를 수 있는 도로로 되어있다. 예전에는 자연스런 흙길이었던 것 같다. 어떤것이 더 나은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바뀌었다. 보문산을 꼭 가보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그리로 발길이 옮겨지게 되었다. 도로는 나 있지만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차를 통제해놨다. 예전에는 뭣도 모르고 어느정도 올라가다 내려온 것 같다. 이번에는 생각하면서 제대로 걸으니 괜찮다. 솜사탕 파는 곳은 온데간데 없지만 오월드 입구에 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과자이다. 간혹 어른들도 그것을 찾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보문산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오월드 입구에서 버스를 타려했지만 도로가에 즐비한 주차들 때문인지 쉬지 않고 버스는 달렸다. 그래서 계속 걸어서 길을 갔다. 적지 않은 양을 걸어서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파 먹고 싶은 것들이 떠올랐다. 시내버스 타기 위해 도착한 곳이 유천동이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서대전역이 나오니 잠시 옛 생각에 젖었다. 군인아파트 앞에서 학교까지 버스를 타면 학생들로 초만원을 이루어 발디딜틈이 없을정도였다. 마치 물건들을 잔뜩실은 느낌이고 해서 힘들게 등교를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지금 대전에서 시내버스를 타는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다. 추억이 묻어있어서일게다. 은행동을 지나서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에 가보니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중앙시장에는 싱싱한 생선과 건어물을 비롯해 먹을거리, 입을것등 풍족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먹는 즐거움을 누렸다.
특이한 광경이 있다면 찹쌀꽈배기 파는 곳에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마치 버스를 타기 위해서 줄을 서 있는 광경이다. 성숙한 시민의 멋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맛이 있어서일 터이고, 일반꽈배기보다 건강에 좋아서 일 것이다. 맛으로 소문나면 장사는 물론,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가 기분 좋을 일이다. 전통시장 상품권을 잘 활용해서 시장에서 묵채를 먹으니 정말 맛있다. 나에게는 그것이 꿀 맛이 되었다.
점심시간을 놓쳐서 맛이 더 한 것도 있었지만, 어려서 먹었던 묵 맛 때문에 그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 하기도 해서 좋다. 또한 아버님 심부름으로 묵을 사러간 기억을 한다. 점심을 먹고 구경하니 닭강정도 먹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음식중의 하나다. 하지만 그것은 피했다. 저번에 그것을 급하게 먹어서인지 챈 것 같아 약국에 들렀는데, 위염이란 말을 들었다. 누룽지를 샀다. 너무 맛있다. 어렸을 때 먹었던거나 지금의 맛이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중앙시장은 크고 물건이 많은 곳이다. 상점의 상호도 일정하게 잘 걸려있어 보기에도 좋고 깨끗해서 인상적이다.
대전천에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다. 오후라서 그런지 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이렇게 야외에 나와있는 모습을 보니 휴일다운 휴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휴일은 꼭 필요하다. 일하고 쉬는 날이 있어야 생활에 활기가 있을 것 같아서이다. 어린이 날 덕분에 어른들도 잘 쉬고 있다. 대전천에서 일어서려는데, 마침 분수를 작동시켜 그것이 춤을 추며 사람들의 눈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밤으로 말하면 폭죽이 터지며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이다. 물이 위로 솟구치는 가운데 그 옆으로 어린아이들이 뛰놀고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튀어 오른다. 나는 추억의 누룽지를 뜯으며 분수쇼를 관람했다. 너무 행복한 순간이다. 대전 복합터미널로 와서 눈에 띄었던 팥빙수를 먹으니 맛있다. 그것도 전통의 맛인데 비싼감이 있으나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 터미널도 신식으로 잘 만들어 편리하다. 대전에 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2014.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