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서 전철을 타다 93
천안에서 전철을 타다
천안에서 서울까지 전철을 타고가면서 글을 쓰고 싶었다. 천안에서는 청량리행 전철을 처음탔다. 전철안은 에어컨을 작동시켜놓아 시원하다. 그리고 전동차는 너무 깨끗하고 새것이다. 서울처럼 만원을 이룬 사람이 타지 않았지만, 좌석에 찰만큼의 사람들로 분위기가 좋다. 전철철로가 아닌 다른쪽 철로에는 일반 기차철로가 놓여있다. 전철을 타고 어느정도 기다린 끝에 서서히 전동차는 움직이기 시작해 서울로 향하고 있다. 이곳이 글을 쓰기에 알맞은 공간이다. 서울처럼 사람이 많았다면 앉아서 갈 수가 없고, 글자 한자한자 쓰기가 수월치 않았을테다. 첫정차장이 ‘두정’ 이라는 곳인데 백석대학교로 갈 사람들을 위해 안내방송이 나왔다. 시원한 바람안에 편안하게 글을 쓰니 너무 좋고 즐겁다. 그다지 사람도 의식하지 않고 창피함도 느끼지 않으면서 가고 있다. 마치 버스안에서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묵주기도하면서 가듯이.
내등 뒤쪽 차장밖 풍경은 완전 녹색의 물결이다. 천안을 벗어난 시골풍경이어서이고, 논에 모를 심어놓아서이고, 산에 수목이 가득하기에 그렇다. 전동차는 투명한 넓은 유리창과 출입문 유리들로 되어 있어서 바깥 풍경이 훤히 보인다. 마치 대낮에 환한 세상을 시원하게 보는 것 같다. 기차가 조용한 가운데 승객들이 이용하는 것이라면 전철은 시끌버끌하기도 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 열린세상속이라 할 수 있다. 평택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이 탔다. 비로서 서서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천안이 출발점이니 거기서부터 서서가는 사람은 없거나 있어도 거의 드물일이다. 시내버스도 마찬가지로 출발점에서는 거의 사람이 많이 타지 않는다. 서울에 가까워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타겠지. 평택에서 탄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시선이 가는바람에 마음을 가다듬기가 곤란했다. 약간의 금발머리색을 띄고 있는 그녀 앞에는 포장을 한 도너츠 상자가 놓여져 있다. 송탄에 도착하니 더 붐비는 모습을 띄고있다. 젊은 여성들의 옷차림이 짧으니 내 눈의 시선이 어렵다. 요즘은 젊은 사람뿐 아니라 중년 여성도 짧은 옷을 입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예전과는 달라졌다.
글을 쓰는데 옆줄에 앉아가고 있는 사람중의 한 사람이 내쪽을 쳐다보았다. 나는 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할 일을 하고있다. 글을 쓰려면 여러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영화관에서, 음악회에서 사람들을 의식할 때가 있어서 글을 간단하게 적는데도 어려웠다. 초행길이라서인지 모르는 고장의 정차역이 나오니 새롭기도 하고 다음 정차할 곳은 어떤 곳일까 생각하게됐다. 기차처럼 빠르게 달리지 않고 있는, 내가 타고 있는 전동차는 시내버스처럼 천천히 달리는 편이다. 왜 직행버스는 완행버스나 시내버스보다 빠르게 달리지 않느냐. 전동차도 급행이 있고, 완행이 있는가보다. 전동차안에 사람들로 붐비어 훤히 보였던 바깥 풍경이 가리워졌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일이니.
자선을 할 일이 두 번 있었는데, 그냥 지나쳐서 마음이 아프다. 난 망설이는 마음이 있었고 차안의 아픈 사람들이 모금요청을 하고 있는데 멀뚱멀뚱 쳐다보기만하고, 남의 눈치나 살폈다. 자선은 남이 모르게 해야한다지만 정작 많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즉석에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웃사랑을 실천하지 못해 안타깝다. 편리하게 사는 시대라지만 남을 도우는데는 많이 인색하며 살고 있는 실정이라 씁쓸하기도 하다. 수도권이 가가워지며 완전 서울시내에서 전동차를 타는 것처럼 되어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런와중에도 나는 관찰한 것을 글로 담고 있다. 내앞에는 나도 먹어봤던 뻥과자를 먹는 두 사람의 모습이 다정하게 보였다. 눈길이 가는 사람에게 자주 시선이 가다보니 절제력이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데, 그들에게 눈길이 가는만큼 머지 않아 그들은 느낌으로 알아차릴지도 모를일이다. 성경에 눈이 죄를 짓거든 그 눈을 빼어 버리라고 했다. 또 여자를 바라보고 음욕을 품는 사람은 바로 간음하는 것이라했다. 그러니 눈을 조심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리라. 내 바로 앞에는 오랫동안 서서 가는 여학생이 있는데, 나중에 보니 손에 묵주반지를 차고 있어서 천주교신자임을 알 게 되었다. 묵주반지 찾네요 하고 물어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마음뿐이다.내 물음에 그녀가 대답하지 않거나 언짢아 할지도 모를일이기에.
천안에서 서울역까지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왔다. 조용하게 출발한 가운데 나중에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온 것 같다. 주말이다보니 평일보다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도 많이 봤고해서 괜찮은 여행이 되어 즐거웠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드문 곳에서 생활하기도 해서 사람보는 것을 그리워할 때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전동차를 탔기에 환경이 안 좋은 면이 있었으나 시원하게 내뿜는 에어컨이 있어서 환기를 시켜주는 것 같았다. 정차해서 사람이 내리고 탈 때, 조금이나마 바깥 바람이 차안으로 들어와 그것이 환풍이 되곤했다.
오래앉아가다보니 엉덩이가 아팠다. 자리가 원래 폭신폭신하지 않아서 딱딱하고 불편했다. 그리고 디스크 환자들은 의자에 오래 앉아있기가 불편하다. 디스크를 앓고있는 나는 저번에 물리치료를 해주던 간호사님이 도움말을 주어 허리강화운동을 실천하려는 노력중에 있다.
어느 정차지점에서 한꺼번에 사람들이 밀려내렸다.
천안에서 서울역까지 전철을 타고 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보고 풍경을 보니 즐거웠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또한 부족하나마 글을 한편 쓸 수 있어서 값졌다. 과연 글을 쓸 수 있을까. 이야기거리가 있을까. 하고 생각을 했는데, 그런대로 할 수 있어서 다행이며 기쁨이다. 또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어서 기분도 좋다. 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으면 길은 확 트일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2014.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