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coffee) 106
커피(coffee)
커피를 먹고 싶어도 못 먹게 되었다. 치과때 수술 후에 커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 했었다. 그 때는 별 생각없이 치과진료를 가면서 자판기의 커피를 빼서 먹곤했었다. 이제는 내 몸중에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병 때문에 목이 칼칼하고, 잠기고, 킁킁거리며, 약간의 쉰 목소리의 불편이 있어서 커피를 끊어야 할 상태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병이 낫질 않고, 계속 약만 먹어도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어느 약사님의 말을 듣고 단단한 결심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마다 약간의 진료차이가 있어서 커피 한잔은 괜찮다는 말을 들었었고, 블랙은 괜찮다는 말도 들었고, 모닝커피는 괜찮다는 말을 들어서 한 때는 위안이 되어 커피를 먹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야겠다. 가만히 생각한 끝에 커피를 마시지 말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픈사람에게는 커피가 몸에 나쁘다는 사실을 명심해서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몸은 내가 알아서 지키지 않으면 안되기에 식이요법을 통해서 음식을 조절하고 음식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커피뿐만 아니라 밀가루 음식, 과자, 청량음료등도 가급적 먹지 않아야 할 것 같다. 그런것도 몸에 나쁜 영향을 미처 그것들을 먹을때면 킁킁거리곤 했었다. 먹고 싶은 커피를 ‘애야 난 모르겠다.’ 하고 덜컹 마시고하는 습성을 키워가면 나중에 더 큰 병을 만드는 격이니 진료하시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겠다.
나는 어떤때는 종이컵 가득히 커피를 타서 마실 때가 있었다. 마치 술 마시곤 할 때처럼 말이다. 술도 그렇게 가득채워 마실때가 있었다. 커피가 어딘가 모르게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어 마시게 되면 물 마시듯 할 때도 있었다. 천천히 대화하고 생각하고 음미하며 마셔야 할 커피를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급하게 먹을 때가 있었다. 밀크커피를 마시니 비교적 빨리 마시게 되었다. 하지만 블랙커피를 마시니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서 편한 느낌을 받아 좋았다. 이게 커피 맛일지 모르겠다. 그것은 비록 맛이 없고, 씁쓸했지만 설탕없이 먹는 것이 매력이 아닐까 싶다. 블랙은 괜찮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그것을 마시곤 했을 때 그나마 행복했었다. 컨디션도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마저도 마시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하고 내게 커피를 주려는 사람에게 몸이 아파서 커피 못 마신다고 거절을 하기도 했었다. 어느분은 내가 커피 안 마신다는 것을 알아 다른 국산차를 대접하기도 했다. 내 입으로 커피 마시지 않는다고 사람들에게 일일이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다. 술 마시지 않는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술 안 마시는 것처럼 사람들은 나는 커피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리라.
요즘은 예쁜 커피숍도 많이 생겼다. 그곳에는 사람들로 가득해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커피마시는 모습을 보며 상상만 해야 할 뿐이다. 그들처럼 하지 못해 안타깝고 어쩔 도리가 없지만 행복하게 생각해야 하리라.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사흘만 눈을 볼 수 있다면 3일동안 무엇 무엇을 해야겠다는 말을 한 것처럼 우리사회는 많은 어려움중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야할 것 같다.
내가 다니는 성당에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놨다. 나는 그곳에서도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다른 것으로 대치해서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는 라떼이다. 어느 날 제과점에서 그것을 마셨는데 그게 입에 딱 맞았다. 하루에 5잔이내인가를 마시면 좋다고 들었던 커피, 적당량의 커피가 생활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습관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마시고 싶을 때 언제라도 마시는 술처럼 많이 하면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치과에서 수술하고 제일 먹고 싶었던 것이 바로 커피였다. 그것이 다른 것이 아닌 병원에 있는 자판기 커피였다. 바로 눈에 띄어서 더 그랬나 보다. 나는 커피를 매우 좋아한 편이 아니었지만 수술하기전 날부터 금식을 해야 했기에 커피 마시고 싶어서 못 견뎠을지도 모르겠다. 주로 커피는 직장에서 좋지 않은 일로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듯이 마시곤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커피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그 향이 구수하고, 커피 먹는 운치가 있어서이기도 하다. 또한 아픈 머리를 잠시 정리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맑은 날 보다는 흐리거나 비오는 날, 추운 날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은 정말 좋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커피를 이제는 더 이상 나는 마실 수 없는 것일까. 기차안에서 파는 큰 커피도 더 이상 먹지 못하는 것일까. 고속도로의 휴게소에서 파는 커피도 더 이상 마실 수 없는 것일까. 아, 나는 정말 비참한 인간일까.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며 실컷 원없이 마셔나 볼까나. 아니 그깟 커피좀 마시지 못하게 되었다고 낙담해서야 되겠는가. 그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을 강한 마음을 가지자. 먹지않는 기쁨을 간직하고 아름답고 고운 마음으로 살아가자. 커피대신 다른 많은 음식이 있다는 넉넉한 마음을 지니며 예쁘게 살자.
오늘은 왠지 모르게 다른 사람이 즐겨 마시는 커피향이라도 진하게 맡고 싶어진다.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2014.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