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묵호와 정동심곡바다부채길

사랑의 기쁨 2017. 12. 10. 15:24

묵호와 정동심곡바다부채길

 

                                                                                                             강헌모

 

  처음으로 묵호항에 가니 설레였다. 묵호등대에 오르기 전에 벽화 길을 오르나니 통영의 동 피랑 벽화 마을 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다. 길은 좁지만 짜임새 있게 벽에 그림들이 잘 나열 되어 있었고, 집들도 단아하게 보여 편안했다. 또한 드넓은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음에 쏙 든다. 햇볕이 잘 드는 집 옆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의 파도가 철썩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그 곳에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어졌다.

  묵호등대 올라가는 언덕으로 작은 집들이 놓여 져 있었는데, 너무 좋게 보였다. 또 그 앞으로는 바다가 확 펼쳐져 있으니 눈 뜨면 바다를 무한히 바라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햇볕 잘 들어오고 전망 좋은 그런 소박하고, 작은 집에서 살고 싶어졌다. 해변의 민박집이나 호텔 보다는 ….

묵호등대에 올라가니 “미워도 다시 한 번” 영화 촬영 장소가 있어서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배경사진을 찍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주었고, 내 사진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묵호등대를 구경하고 내려오는데, 엄마와 딸이 사이좋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보기에 좋았다. 환한 얼굴 표정을 보니 모녀가 꼭 닮았다. 그래서 그리로 눈길이 가는 나를 발견하였고, 주체할 길 없어 돌아서서 보기도 했다. 엄마와 딸의 행복한 모습에서 나도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되어 기억에 잊혀 지지 않을 영화 속의 한 장면이지 않을까 싶다.

  점심은 꽁치구이와 함께 맛나게 먹었다. 싱싱한 꽁치구이의 맛이 일품이었다. 상추가 나와서 꽁치를 된장과 마늘을 곁들여 먹으니 더욱 좋았다. 이런 맛을 어디에서 느낄 수 있을까. 여행지에서 맛보는 꿀맛이었다. 자그마한 음식점에서 소박함도 느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인지,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평화롭게 식사하는 모습이 좋게 보였다. 음식점 벽에는 결혼사진이 걸려 있었다. 아마 주인아주머니의 자녀 중에 누군가 결혼해서 가족이 함께 찍은 것 같다.

  주인아주머니와 그녀의 딸로 보이는 학생의 친절한 서비스에 힘입어 묵호항에서의 후회 없는 점심시간이 되어 행복했다.

  생각해 보니 묵호는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그 곳에 살고 싶은 마음이 들어지는 건 왜일까? 바다를 끼고 있는 조그마한 마을이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아무튼 나는 바닷가가 좋다.

  점심을 먹고 나서 잔 멸치와 반 건조 오징어를 샀다. 바닷가에 갔으니 그냥 돌아오기 아쉬운 마음에 기념 삼아 챙겼다. 그런 후 묵호 방파제에서 바다를 관망했다. 아무리 봐도 동해바다는 어느 곳이나 넓게 보인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내 머리를 스치니 마음과 몸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이다. 12월의 겨울 바다를 보는 건데 웬 지 모르게 좋다. 여름에 사람들은 바다를 많이 찾지만 겨울도 괜찮다.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바닷가로 여행을 하니 좋다. 바다를 바라보니 하늘의 하얗고 하얀 구름보다 하얀 입김을 토해내는 파도가 더 하얗고 하얗다.

  묵호항을 지나며 계속 길을 가는데 동해바다가 이어져서 쳐다보며 가는 드라이브 코스로 좋았다. 관광버스나 승용차 할 것 없이 시원한 바다풍경을 보며 해안 길을 갈 수 있어서 좋다. 동해안에서 가장 긴 망상해변도 차창 너머로 보았다. 거기에서 세계오토캠핑이 개최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하면서 한국펜션을 지었단다.

  명상해변을 따라 지나는데 옆에서 기차가 지나가서 반가웠다.

  정동심곡바다부채 길을 걸으면서 파도가 연출하는 멋진 관경을 여러 번 보니 감동이다. 파도가 멋지게 부서지며 하얀 입김을 토해내니 탄성이 절로 났다. 바다위에서 나는 갈매기들은 신이 난 듯 팔팔하게 날아 다녔다. 때에 따라 파도는 해안 길까지 물을 뿌리기도 했다. 여태까지 바다 둘레 길을 걸은 것 중에서 이번 정동심곡바다부채 길이 나에게는 바닷물과 가장 가까이 접한 기회가 되었다. 사진 촬영할 곳도 많아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바다 둘레 길을 설치해 놓은 길이 좁은 곳도 있어서 사람들이 오가는데 몸의 접촉이 있곤 해서 간신히 사람 사이를 빠져 나가야 했다. 심곡에서 정동까지 2.9km 바다부채 길을 약 70분정도 걸으며 중간 중간에 철석 거리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곤 했다. 배경이 너무 아름다웠기에 그렇다. 귀중한 곳에 갔으니 멋진 곳을 사진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정동심곡바다부채 길”은 2천 300만 년 전 지각변동을 관찰 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천연기념물 437호)지역으로 정동진의 ‘부채 끝’ 지명과 탐방로가 위치한지형의 모양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과 비슷하다하여 “정동심곡바다부채 길”로 지명을 선정하였고 그동안 해안경비를 위한 군 경계근무 정찰로로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천혜의 지역이다.

  쇠를 사용해서 바다 둘레 길을 마련했지만 몸부림치는 파도의 힘이 계속 치게 되면 튼튼하게 설치 한 다리라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는 매일 쳐서 설치해 놓은 곳을 점령하곤 하는데, 사람의 기술로 다리를 놓았더라도 놀라운 자연현상에는 당해 낼 도리가 없을 것 같다. 다른 곳의 바다 둘레 길을 가 봤을 때는 산에다 길을 놓았기에 파도가 직접적으로 침범을 하지 않았다.

  바다와 아주 근접하게 생생하게 시원함과 아슬 함을 온 몸으로 체험한 좋고 멋진 기회였다.

  역시 좋다! 바다는 나를 언제 어디서나 부르고 있다. 늘 좋게 보이는 바다에서 나는 희망을 안고 돌아간다. 바다여! 영원 하라. 고마운 바다야 다음에 또 올께!

  묵호어항도 다시 찾고 싶어진다. 처음 가는 곳치고는 이미지가 딱 좋았다. 또 찾아 묵호등대 오르는 길의 작은 집 앞에 있는 소박한 공간에서 드넓은 바다를 무상으로 한없이 관망하고 생각에 잠기고 싶다. 청주에서 묵호까지는 상당한 거리이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 짧고 아름답고 기억에 잊혀 지질 따스한 햇볕아래에서 동해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싶다. 또 묵호등대 올라가는 작은 집들을 바라보고 환희에 차 있고 싶다.

 

                                         - 한국문학세상 2017. 가을 겨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