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님이시여!
무슨 일이든 쉽게 이루어진 일은 쉽게 끝납니다.
하오나 많은 고통과 역경을 통해서 이루어진 일은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모름지기 쉽게 쌓은 재물은 쉽게 지핀 불처럼 쉽게 꺼지지만,
많은 시간을 두고 고생하여 모은 재물은
아들과 손자에게로 이어집니다.
요령과 술수로 얻은 자리는 바람이 불 때마다 쉽게 치워지지만,
각고 끝에 앉은 자리는 환갑에 이르기 까지 제 위치를 지킵니다.
어렵게 고생하여 키운 자식은 효도가 남다르지만
있는 등 마는 등 키운 자식은 부모 곁을 재빨리 떠납니다.
늘 즐거움만 있었던 부부는 어려울 때 쉽게 헤어지지만,
많은 고통을 함께 한 부부는 늙을 수록 거리가 더욱 좁아집니다.
권위나 능력으로 쉽게 얻은 친구는 정작 어려울 때 보이지 않지만
존재와 존재로서 서로 사귄 친구는 언제 어디 서든 주변을 맴돕니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주변의 세상이 토끼처럼 쏜 살 같이 달려가더라도
거북이처럼 미련하게 땅만 보고 걸으소서.
기쁨과 즐거움은 그 순간 뿐이지만 고통과 노력은 반드시
열매를 맺게 됩니다.
부디 불안하고 힘드시더라도 어렵게 그리고 천천히 불을 지피소서
님의 인내가 꺼지지 않는 불꽃을 서쪽 하늘 가장자리에
매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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