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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살았다. (희망 신부님의 글)

사랑의 기쁨 2012. 6. 24. 14:40

광야에서 살았다.(루카 1, 57-66, 80)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시던 곳
세례자 요한이 구세주 오심을 알리시던 곳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기도하시던 곳
 
빛도 물도 몸을 보호할 것도 아무것도 없는 곳
어둠과 추위와 배고픔과 세찬 바람소리 기다려
온전히 하느님께만 의지해야만 살 수 있는 곳
 
눈에 보이는 것은 새카만 어두움,
귀에 들리는 것은 동물의 우짖는 소리와 벌레 울음소리
몸으로 느껴지는 것은 음산한 기운과 적막함뿐
홀로 버려진 그곳에 두려움만 있고 작은 별빛도 간 곳 없습니다.
 
하오나 하느님 부르심에 그 사명을 받들기 위하여
성령께서는 매몰차게 내던지시고 이끌어 주시고,
하느님의 때를 준비시키기 위한 곳으로 인도하심입니다.
 
첫 발을 내디뎠던 그 광야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시공 안에서
자신의 하느님만을 만나며 조금씩 조금씩 시간들을 쌓아갑니다.
 
그 광야는 조금씩 쌓여가는 시간과 함께 저희의 자리가 되어
적막함도, 추위도, 어두움도, 고독함도 친구 되어 정이 들고,
그 정에서 하느님의 은총이 단비처럼 내려와 그리운 곳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성령의 바람이 세차게 불어 내게로 오라 하실 때
저희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주춤거리며 뒤로 미루고 또 미루어
가다가 쉬고, 되돌아오고, 건너뛰기를 수없이 반복하였습니다.
 
그래도 성령님께서는 계속 꾸준히 인내하시면서
밀어붙이시고 저희의 때를 기다려 주시고,
하느님께로 인도하셨습니다.
 
그 광야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어둠에서는 빛이 기다렸고,
추위에서는 온화한 바람이 기다렸고
굶주림에서는 만나가 기다리며
적막한 인내의 시간들안에서는 주님의 말씀이 기다리셨습니다.
 
하느님의 그 자애로움이 달빛과 함께 쏟아질 때
저희들 각자에게 주시는 그 소명이
저희들 각자 안에서 실현되어 집니다.
 
저희를 기다리심에서 저희가 찾아 뵈옵는 하느님!
주님을 독대하며 만날 수 있는 저희 자신만의 광야에서
늘 성령님과 함께하여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때를 기다리며
끝까지 인내하면서 그 즐거움을 갖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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