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스크랩] 신앙의 신비여 - 10 회개를 어렵게 하는 상처들 / 왕영수 신부

사랑의 기쁨 2013. 4. 5. 23:20

찬미예수님!

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1. 스스로 깊어지는 힘, 회개

10 회개를 어렵게 하는 상처들
과거에 나는 사람을 노려보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미사 중에 아이를 잘 돌보지 않아 미사를 방해하거나 강론 중에 잡담을 하는 사람들을 말없이 뚫어지게 쳐다보는 버릇이 있었습 니다. 그러면 금세 조용해지거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큰 모임이나 집회에서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소란을 피우면 으레 나를 찾습니다. 내가 단상에 올라가 한 5분 동안 그곳을 향해 집중하고 있으면 마치 끓는 주전자에 찬물을 붓듯 조용해지곤 했습니다. 한동안 나는 이것 을 나만의 독특한 권위나 복음 선포의 카리스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성서를 읽고 묵상하던 중 나의 이 카리스마(?)가 아 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상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형 제들이 서로 싸울 때, 하라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학교 성적 이 나빠졌을 때,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고 우리들의 눈을 노 려보듯 쳐다보았습니다. 어느 때는 금방이라도 불꽃이 튈 것 같았고, 그 눈초리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아버지의 눈빛은 늘 나를 불안하게 했고, 그런 눈빛이 나는 무섭고 싫었습니다. 그때 나는 커서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오랜 세월 동안 나도 모르게 내가 아버지를 따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정말 놀랐습니다. 우리의 잘못과 나쁜 습관, 우리의 죄들은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경 험했던 과거의 상처나 충격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 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는 그 충격이 너무 커서 스스로 그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이나 악습을 반성하고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자신을 방어하려는 수단으로 이를 합리화하 거나 정당화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자신을 깊이 성찰하지 않으면 회개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보다 20년 정도 연하인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그 신부님의 소년 시절은 불행했습니다.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식구들을 괴롭혔습니다. 술이 다 깰 때까지 어머니에게 욕하고 식구 들을 못살게 구는 아버지를 피해 소년은 아버지가 귀가하는 시간이면 마루 밑에 숨어들어가 있다가 아버지가 잠든 후 기어 나오곤 했습니 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교 시절까지 남다른 고통을 겪으며 자라온 소 년은 사춘기가 되면서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급 기야 어느 날은 아버지를 밀치고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아버지를 미 워하고 저주하면서 하루빨리 죽기를 바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그는 죄의식을 갖고 괴로워했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자신 을 변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아버지를 때린 것은 우리 식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리고 그는 자신의 죄의식을 잊어버리고 싶은 만큼 과거의 아프고 힘들었던 상처로부터도 도망치 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슴속 보이지 않는 곳에 상처를 묻어버렸습 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가 너무나 컸기에 그는 아버지를 저주 한 죄마저 잘못으로 여기지 않았고 뉘우침도 없이 그저 잊고만 싶었 던 것입니다. 사제가 된 뒤에도 신부님은 사람들의 정에 약했습니다. 누가 자기 를 인정해주거나 우정과 사랑을 주면 마음이 쉽게 기울었고, 이성적 이고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에 휩쓸리는 편이었습니다. 치유되지 않은 채 마음 깊은 곳에 감추어둔 상처의 응어리가 조화로운 인격형 성을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 신부님은 성령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했습니다. 일차 적으로 어린 시절의 상처가 치유되었고,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자 아 버지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게 됐고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게 됐습니 다. 오히려 아버지의 슬픈 과거에 연민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끝내 는 자신의 잘못을 크게 후회하고 뉘우치는 회개를 통해 이성과 감정 이 조화된 인격으로 변화해갔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본당의 노인들은 물론 동네 어른들을 누구보다도 극진히 섬기는 신부님을 보면서, 나는 회개를 통해 우리 의 깊은 상처까지 어루만지고 치유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에 무한한 감사를 느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준 상처 때문에 신음하면서 기를 펴지 못하고, 원하지 않는 잘못을 저지르고 살면서 방황하는 많은 군중을 나는 지 금도 보고 있습니다. 자녀들에게는 부모의 참사랑이 보약 중의 보약 이라고 믿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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