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오늘 밤에 네가 준비한 빵과 포도주와 물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상징한다.
(나 : 예수 그리스도)
오후가 지나고 초저녁 무렵이 되었을 때 유다 타대오가 나에게 와서 물었다.
"선생님, 지난달에 우리는 참 많은 일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왜 좀 쉬지 않으십니까? 설교와 치유를 안하실때도, 저희와 함께 이 마을 저 마을로 다니시니 얼마나 피곤하시겠습니까? 어떻게 계속해서 그렇게 하실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타대오야, 나는 잠깐 동안만 너희들과 있을 것이고, 세상에 있는 동안 아버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 일을 위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으니, 내가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데에 필요한 모든 것을 그분께서 주실 것이다. 장차 나의 일을 하는 사람들 역시, 그들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아버지께로부터 받게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시기 위해 당신 아들을 통하여, 성령을 보내 주실 것이다. 그 선택된 사람들의 마음은 성령으로 넘칠 것이고, 그들에게 맡겨진 일을 완수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은총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 선생님께 가득찬 것은 성령이십니까:"
"성령은 나와 하나이다. 또 나는 아버지와 하나이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아버지를 위하여 성령과 함께, 아들이 하는 것이다."
유다 타대오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타대오야, 이것이 네가 이해하기에 어려운 진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와 아버지는 성령과 함게 하나이고, 성령이 지금 하시고 있는 일과, 앞으로 하실 일은 모두 아버지한테서 나오는 것이며, 아버지의 외아들인 나한테서 나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유다 타대오는 곰곰히 생각하던 말했다.
"주님, 저는 주님께서 구세주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주님을 보내시어 우리를 아버지께로 인도하신다는 것도 알고, 주님은 하느님의 살아계신 사랑이시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 그러나 방금 말씀하신 것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타대오야, 알려고 하지 말아라. 너의 그 믿음만 마음 깊히 간직하고, 나를 믿기만 하여라."
나는 유다 타대오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힘껏 안아 주었다. 그의 믿음은 내 마음을 기쁨으로 넘치게 했다. 단순하고, 순수하고, 순결한 그 믿음은 모든 사람들이 지녀야 할
믿음인데, 사람들은 그런 믿음을 거부하며, 천국에 갈 때까지 결코 얻지 못할 대답을
끝없이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저녁이 되어 우리는 다리 밑에 앉아서 불을 피웠다. 저녁의 쌀쌀한 기운이 덮쳐와서, 우리는 불 가까이에 붙어 앉았다. 마태오가 저녁 식사로 빵과 물을 섞은 포도주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태오는 식사를 준비하면서 아버지께 기도를 했다.
"야훼 나의 하느님, 나의 주님, 당신께서 선물로 주신 이 음식을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사랑으로 채워 주시길 비나이다."
바로 그때, 나는 제자들과 먹을 마지막 만찬을 보았고, 장차 전 세계의 수 많은 성당에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바칠 미사 제물을 보았다.
"마태오야, 같이 빵을 나누어 먹자. 이리와서 내 곁에 앉아라."
마태오는 내 곁에 와서 앉았고, 우리는 모두 그 식사를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였다. 식사를 하면서 마태오에게 말했다.
"오늘 밤에 네가 준비한 빵과 포도주와 물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상징한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태오를 달래 주었다.
"걱정하지 말고, 우리 함께 아버지께 기도하자."
식사후에 우리는 목청을 높여 아버지를 찬미했다. 한 사람만 제외하고 모든 제자의
마음에 사랑이 넘치고 있었는데, 그 한사람의 마음은 혼란으로 들끊고 있었다.
기도가 끝난 뒤, 우리는 추위를 피하려고 서로 몸을 붙이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마태오는 아기처럼 내 품에 안겨 평안스런 모습으로 잠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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