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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운

사랑의 기쁨 2012. 7. 18. 17:32

찬미예수님!

 

뒤늦게 만나 사랑하다
인생을 알고 신앙을 선택한 작가 8인의 가톨릭 입문 이야기

공선옥 - 눈물로 지은 집
우리 인생에서 사랑이 없다면,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눈물 흘리며 고통스러워할 일도 오늘 내가 이렇게 땀 흘리며 살아가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어떤 기운

나는 성당에 나가기 훨씬 이전부터 내 속에서 '어떤 기운'을 느꼈다. 그 기운은 내 속에 잇는 것 같앗으나 때로는 내 배후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때로는 내 앞에서 나를 이끌어 주는 것도 같았 다. 그 기운의 정체가 무엇인지 나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언젠 가 알게 될 때가 있겠지, 하는 어찌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어떤 믿음 이 생겨난 탓도 있었다. 나는 성격이 지나칠 정도로 낙천적이다. 내게 어려운 일이 닥쳐도 가슴을 졸여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대담한 것도 아니다. 그냥, 내 게 어려운 일이 닥쳤나 보다, 하고 어떡하든지 그 어려움을 돌파해 내려는 의지만 생긴다. 내 의지는 그럼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 그것이 바로 내 속의 '어떤 기운' 이었던 것이다. 그 어떤 기운이 내게 아무리 힘든 일 앞에서도 결코 낙담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어떡 하든지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주었던 것이다. 나는 이십대에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것 은 바로 이혼이었다. 스물셋에 결혼하여 스물넷, 스물일곱에 아이 를 낳고 이혼을 한 이십대의 이혼녀인 내게는 아이 둘과 가난뿐이었 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젊은 아이 엄마가 살아가기에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정말로 막막하였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다. 막상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 직면하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었다. 그전 에도 나는 그런 경험을 하였다. 큰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되던 때에 나는 갓난아이를 업고 만화 가게를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가게 밑으로 우리 집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만화 가게가 떡하니 들어서는 것이었다. 당연히 구멍가게 수준인 우리 가게는 망했다. 가게를 내놓았지만 나가지를 않았다. 파리 날 리는 가게 안에서 젊은 애기엄마였던 나는 칭얼거리는 아이를 업고 서 문전성시를 이룬 다른 가게를 멍하게 구경하곤 했다. 마치 강 건 너 불구경하듯. 나는 내 가게를 아래 가게만큼 크게 확장시킬 돈이 없었다. 만화 가게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신간을 얼마나 신속하게 구비해 놓느냐에 달렸는데, 나는 신간 구입할 돈이 없었다. 그 시절 의 만화 가게란 떡볶이, 라면 따위 고객의 군것질거리를 얼마나 부 지런히 조달해 주느냐에 따라 만화 이외의 부수입이 보장되는 것인 데 아이 돌보기에도 벅찼던 나는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나의 만화 책들에는 먼지가 쌓여 갔다. 나는 아무도 오지 않는 나의 만화 가게 에 주인이자 유일한 고객이 되어 갔다. 나는 그때 버티고 또 버티었 다. 내놓은 내 가게가 팔릴 때까지. 무엇보다 그토록 지루한 고통의 터널이 빨리 끝나기를 무덤덤한 마음으로 버티고 또 버티었다. 드디 어 가게가 팔리고 나는 아이를 업고 아버지 혼자 투병 중인 친정집 으로 갔다. 명분은 아픈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한다는 것이었으나, 나는 생계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또 친정집에 가서 세월을 버텨 내야 했다. 아버지의 병이 낫 기를. 그러나 아버지는 나으 수 없는 중증 간경화 환자였다 돌아보면 내게 그 시절만큼 고통스러웠던 시절도 없었던 듯하다. 언제나 그렇다. 고통의 한가운데 있으면 내가 고통 속에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다가 그 고통의 세월이 지나도 한참 지났을 때에야 아, 그 시적이 내게 고통이었구나,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하 는 것이다. 그러면 그때 나는 어떻게 그 고통의 한가운데를 통과해 냈던 것일까. 그것을 생각하면 언제나 맞닥뜨리게 되는 내 속의 어 떤 기운! 그런데 내 속의 어떤 기운이란 도대체 무엇이엇을까.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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