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3. 치유의 시간, 치유의 은사
10 성(性)은 사랑의 끈
"자위행위가 죄인가요?"
"저는 죄의식이 없는데요."
"스트레스 해소나 숙면을 위해서 가끔 그러나 습관적으로 하고 있
습니다. 영성체도 했는데요. 그래도 영성체는 안 했으면 내 심령이 더
편안할 것 같습니다."
"초기에는 이것이 죄라는 생각 때문에 고해성사도 보았지만 고해
소에서도 해답을 듣지 못했고, 지금은 내 의지로 억제하기가 불가능
한 상태입니다."
특히 청년들, 과부와 홀아비, 신학생, 수도자들한테서 가끔씩 듣는
면담 내용입니다. 자위행위는 남들에게 드러내놓고 의논하기 힘든 문
제 중의 하나입니다.
아마도 잘못된 심리학설이나 정신과 의사들의 소견 때문에 위와 같
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소변이 자연적인 현상인 것
처럼 자위행위도 일종의 배설행위에 불과하고, 자위행위를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열등감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이론 때문에 많
은 사람들이 무신경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습관이 되었을 때 드러나는 해독은 소리 없이 한 영
혼이 죽어간다는 것입니다. 차츰 의지력이 약화되면서 결심을 하고도
실천하기가 힘드러지게 되고, 게으르게 되면서 만사에 시기를 놓쳐버
리고, 영혼에 생기와 신성한 기운이 없어지면서 나중에는 영적으로
활력을 잃게 됩니다.
더욱이 여기에 사탄이 개입하게 되면 위의 현상들이 심화되고 거기
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집니다. 심지어 한 인간을 파멸로 이끌면서
동물적인 본능으로 인간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더럽고 비참한 종말로 이끌고 마는 무서운 마약과 같은 병입
니다.
허지만 현대인은 이 문제에 너무 무감각한 것 같습니다. 죄의식이
마비되어 있으며 그 무서운 결과를 외면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자위
행위는 면담하면서 많이 부딪치는 문제 중의 하나인데, 나는 이 같은
내용의 면담을 하는 데 특은을 받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내담자가 아주 쉽게 얘기를 하고 나는 태연하게 듣고, 또
스스럼없이 깊고 자세히 물어보는데 내담자도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말하기 힘든 것, 수치스럽거나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실타래를 풀 듯 술술 이야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합니다.
특히 이 같은 내용의 면담을 할 때는 '나이가 일흔이 넘어 여든이
다 된 것도 하나의 은총이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의 성문제
로 인한 경험과 내담자들의 솔직한 자기표현, 그리고 기도와 성령이
주신 은사가 종합적으로 역사함으로써 많은 경우 내담자의 성적 문제
를 복음적인 능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성문제의 면담을 통해 성의 진정한 의미와 성생활의 참뜻을 깨닫게
함으로써 하느님과 사람들에게 영광과 유익을 줄 수 있게 된 것을 참
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정도(正道)로 살아갑시다. 육체의 소중함을 깊이 깨달으십시오. 절
제할 줄 알고 성은 '사랑의 끈'임을 자각합시다.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성령이 계시는 성전
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닙니
다. --- 그러므로 여러분은 자기 몸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십시
오."(1고린 6,19-20)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