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글

침묵 속에 만남 - 기도 12 토머스 머튼 /장은명 옮김

사랑의 기쁨 2012. 6. 28. 21:39

성모 마리아여,

한 때는 당신의 영국이었던 그 섬을 제가 떠나오던 그날 밤에

당신의 사랑도 저와 함께 나왔습니다.

물론 그 사실을 제가 알지도 못했고,

저 스스로는 알아차릴 수도 없었지만 말입니다.

저의 배 앞에 바다를 마련해 놓으시고

또 다른 나라로 가는 길을 제게 열어 보인 것은

바로 당신의 사랑이었으며,

하느님 앞에서 저를 위해 애써 주신 당신의 중재였습니다.

저는 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확실하지 못했으며,

뉴욕에 도착하면 무엇을 할 것인지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저보다 더 멀리, 더 분명하게 내다보시고,

저의 배 앞에 바다를 열어 주셨습니다.

이 배는 바다를 건너 제가 꿈도 꾼 적이 없던 곳,

당신이 일찍이 저를 위해

구원이요 피난처요 집으로 예비해 놓으신 곳으로

저를 이끌어 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느님도, 사랑도, 자비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도

당신은 내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한 가운데로 저를 이끌어 가셨고,

아무 것도 모르는 저를 하느님 얼굴의 비밀 속에 숨겨 줄

그 집으로 데려다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