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정류장과 대합실

사랑의 기쁨 2013. 8. 9. 16:33

 

정류장과 대합실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을 바라만 보아도 너무 좋다. 그리고 그곳에서 버스를 탈 수 있는 기쁨이 있어서도 좋다. 승용차가 없으니 버스 타는 즐거움을 누린다. 특히 시골길을 한참 걷다가 만나는 정류장을 보는 순간 ‘저기다. 저 곳까지만 가면 차를 만날 수 있을거다.’라는 기대부푼 마음이 생각을 지배했다.

아무도 없는 길을 가다가 정류장을 만나니 너무나 반가웠다. 마치 혼자 길을 가다가 사람을 만나면 기쁜 것처럼 말이다. 그 곳에서 쉬면서 피로를 풀고, 다가올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이 어떤가. 마음은 편하고 행복감마저 들지 않을까. 그러나 한 번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차가 오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그 때가 안면도에 갔었을 때인데, 한참을 걸을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정류장을 만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그런 기분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질 않는거다. 별별 나쁜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리고는 나중에 길을 따라 무심코 걷고 걸으니 상가商街가 보이고,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보였다. 초행길에 고생좀 했다. 이렇듯 낯선 곳을 가다가 오는 어려움이 뒤따를 때가 있기도 하다.

대중교통 수단의 하나인 시내버스는 적은 비용으로 승객들을 흡족하게 한다. 한 번 타면 먼 곳까지도 갈 수 있다. 승용차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승용차를 가진 사람중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기름을 절감할 수가 있어서 좋다. 또 피로에 쌓였을 때는 마음의 여유와 건강을 위해서도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괜찮으리라.

또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간이역은 어떤가. 그 곳을 바라만 봐도 너무 평온해서 좋다. 간이역에서 기차가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때도 있지만, 그 곳은 비록 작지만 아름다운 건물이다. 흰 종이에다 한 폭의 예쁜 그림을 담아도 손색이 없을 넉넉한 풍경이다.

어느 날에 김유정역에서 기차를 탄 때가 있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급히 서둘러 표를 끊었는데, 직원이 친절하게 대해 주어서 마음이 편했다. 나 외에는 아무도 없는 조그마한 간이역이라서 그런 곳은 너무나 조용하다. 그리고 평화스럽다. 점차 잊혀져갈지 모르는 간이역을 생각하고 철도의 교통수단도 고맙게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에 삼랑진역에서 기차를 기다릴 때가 있었다. 그 곳에서도 좋았다. 시골의 기차역이라서 건물도 낡고, 환경도 좋지 않았지만, 같이 기다리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편했다. 그 때가 추운 겨울이라서 혼자 있는 것보다는 사람들에게 의지하고픈 마음이 앞선 것이 아닐는지. 한편으로는 기차를 기다리느라고 지루하게도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작은 공간에서 기다리는 기쁨을 누렸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생각하니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어느 때는 광주광역시에 가기위해서 시골의 어느 대합실에 있었는데, 너무 편안한 거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처음 가 본 곳이고, 낯선 곳이라서 그런걸까. 아니면 자연스레 그냥 좋아서 그런걸까. 나는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갈 때는 설레이는 마음이 생기고, 좋은 기분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그 곳에 보니까 사람이 승차권을 판매하지 않았다. 그래서 광주로 가는 승차권을 무인기기로 결제했다. 어느 분이 어떻게 표를 끊느냐고 하기에 가르쳐 준 기억이 있다. 아마 한적한 시골이라 그렇기도 하겠고, 시대가 발전해서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서 사람없이 기기를 설치해 놓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잠시 여기 저기 두리번 거리다가 차를 한 번 놓쳤다. 그래서 마음이 안 좋았다. 날은 어두워가서 시간이 필요한터라 1분 1초가 소중했다.

아는 사람이 없는 이런 조그만 대합실이 나는 좋다. 이런 곳을 보며 잠시나마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행복하고 기쁘다. 사람이 잠시 쉬어가는 정류장, 너무 좋다. 언제 그 곳을 다시 찾는다는 보장은 못해도.....

오늘을 살면서 곳곳 어디를 가나 정류장이 있음에 흡족하고, 그 곳에서 작은 기다림의 삶을 배우고 사람과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의 장소이니 얼마나 행복한가.

 

2013. 8. 9.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주제란 무엇인가  (0) 2013.08.13
국립공원의 산  (0) 2013.08.09
아버님의 운명과 친척과의 만남   (0) 2013.08.05
모든 것에 이치(理致)가 있다  (0) 2013.07.26
군대시절 이야기  (0) 2013.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