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국립공원의 산

사랑의 기쁨 2013. 8. 9. 16:38

 

국립공원의 산

 

치악산을 아직 가 보지 않아서 어제 갔다. 오후 2시 이후에는 입산 통제 구역인 곳이 있어서 정상에 가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밑에서 약 40~50분 정도가면 폭포가 나온다. 걸어가면서 보니 흐르는 물줄기와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이 있어 보기에 좋고, 걷기에 편했다. 여름철에나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어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어느 흐르는 물을 보면서 잠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라고... 이곳이 ‘천국’ 같은 약간 스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막상 죽음에 임박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될 것 같다. 성녀 소화 데레사가 임종을 앞두고 원장 수녀님께 ‘원장 수녀님, 이게 임종의 고통인가요’ 라고 말했다. 얼마나 아프면 그렇게 말을 했겠는가.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혀서 고통 받으며 돌아 가셨듯이 성녀 소화 데레사는 꽃다운 나이에 죽기전에 많은 아픈 고통을 받았다.

치악산 정상에 가보지 못해서 아쉬워 잠시 생각했는데, 여름철이 가기 전에 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못 갈 것 같고 다시 간다는 보장도 못하겠다. 국립공원의 산들 중에 아직 안 가본 산들이 있다.

소록도 담당사제 강길웅 신부님 글 중에 산은 혼자 다니는 것이 제격이라고 했다. 나는 혼자 다닐 때가 있다. 그 말씀에 위로와 힘이 된다. 또한 등산은 자주 못하지만, 등산함으로써 마음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치유되고 스트레스도 해소되리라 여겨진다. 언젠가는 경북 화북에 있는 속리산 뒷산으로 올라가 문장대에 올랐는데 나는 욕만 안했을 뿐이지 직장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동행한 형제와 등산하면서 입으로 쏟아내었다. 자칫 죄가 될까 조심하면서도 말이다.

그렇듯 혼자 다니는 잇점과 단점은 있다. 혼자 다니면 기도도 자유스럽게 할 수도 있지만, 신앙인으로서 오는 유혹이 뒤따르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때에 따라 협조자도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소록도 신부님처럼 나는 정상까지 가지 않아서인지 성경말씀은 떠오르지 않았다. 치악산도 월악산처럼 탐방 안내도를 보아서는 험준한 산이라는 느낌은 들었지만 물이 너무 맑아서 좋고, 폭포 앞에 앉아 있으니 등골이 너무 오싹했다. 그냥 가기가 아쉬워 손도 씻고 세수도 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치악산은 명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같은 국립공원의 산이라도 내 마음에 드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으니... 내려오면서 흐르는 물줄기가 보기에 너무 좋았다.

작년인지, 제 작년인지 월출산에 갔을 때에 산과 바위가 너무 아름다웠는데 흐르는 물이 없었다. 가물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지금은 물이 흐를지 모르겠다. 출렁다리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그 때 인천에서 왔다는 어린이가 있었는데, 씩씩하게 산을 잘 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시간이 없어서 돌아간다고 하면서 내려왔다. 월출산 가기위해 그 때 처음으로 광주광역시를 들렀다. 터미널안에 있는 큰 책방에는 무수히 많은 책들이 펼쳐져 있다. 쳐다 보기만해도 부자였고, 남 부러울게 하나도 없는 지상낙원 같다.

또 언젠가 여름에 월악산을 갔다. 물을 준비하지 않고 가서 산은 험한데다가 고생을 잔뜩하고 내려왔다. 산행중에 만난 어린이들이 나보다 산을 더 잘 탔다. 정말 어린이의 힘은 대단하다. 정상에 갔다 오는데 5시간이 더 지난 것 같다. 너무 목이 탔다. 물 한모금 마시지 않아서 내려오자마자 자판기 앞으로 가서 허겁지겁 캔 음료를 두 개나 연거푸 마셨다. 얼마나 갈증이 났던가. 정말 갈증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그 때는 물이나 마실 것이 최고다. 어떤 사람에게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음료를 연거푸 마셨다고 하니까 그렇게 하다가 죽는단다. 그렇다. 목이 탄다고 해서 갑자기 쉬지 않고 급하게 먹다가는 자칫 심장마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그 말을 마음속에 새겨 참고로 삼아서 생활해야겠다.

사람들은 ‘악’ 자 들어가는 산을 싫어한다. 험하기 때문이라 생각해서 그럴게다. 진정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모든 산에서 자연의 오묘함을 듬뿍 체험할 것 같다. 거기서 인생살이에서 오는 어려움도 배우고 힘을 얻어서 기분좋게 생활할 수 있으리라.

저번 겨울에는 북한산을 정복했는데, 그 때도 힘이 들었고, 산이 험해서 무서움을 느낄 때가 있었다. 정상에는 누군가 꽂아놓은 태극기가 제멋대로 펄럭였다.

산에 가보면 어린이가 눈에 뛰곤 한다. 그런 어린이를 보는 어른들은 그들의 티없이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읽을 수가 있을 것이다. 어린이와 같은 겸손한 마음을 지니며 깨끗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2012.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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