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산성
강헌모
산성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청주에서 독 산성을 가기위해 오산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내렸다. 그곳에서 독산성가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사람들에게 물어 보곤 했지만 뾰족한 답을 얻어내지 못하였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조회해 독산성이 양산동에 있다는 정보를 알고 그곳으로 가는 시내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를 타고 오산 시내를 돌아보니 많은 아파트가 즐비했다. 특히 산자락에 위치해 있는 아파트들이 있어서 좋았다. 청주시보다 발전이 더 된 것 같았다. 시청도 청주보다 더 컸다. 아파트 값도 청주에 비해 더 비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산 독 산성으로 직접 가는 버스가 없어서 양산동에 있는 어느 아파트 정류장에 내려서 산이 보이는 아래로 걷다가 일을 하고 계신 어느 어르신께 여쭈어 보았다. 내가 가던 길로 쭉 가면 길이 나오느냐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그렇다고 어르신은 말씀하셨다. 그곳이 독 산성 가는 길이라는 것임을 알게 되었는데, 오산 터미널에서 독 산성까지 택시를 이용했더라면 많은 돈이 나왔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오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독 산성 까지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니 말이다. 나는 초행길이니 사람들에게 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르신이 가르쳐 준대로 논과 밭 사이 길을 쭉 따라 올라갔다. 까치의 깍 깍 깍 하는 반가운 소리를 들으면서….
산길을 쭉 따라 올라가는데 나중에는 길이 끊겨서 당황이 되었지만 앞에 산등성이가 보였기에 어림잡아 가시나무를 헤치면서 올라갔다. 그러고 나서 다 오르고 나니 독 산성 가는 이정표가 나와 기뻤다. 아무튼 산성 길을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디로 내려가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였지만 일단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도달 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정표를 따라 오르니 보적사 가는 길이 나와서 어리둥절했다. 그러면서 그길로 가서 보적사에 도달하니 그곳이 독산성의 동문이었다. 동문을 통과하여 사찰 뒤를 따라가니 세마대가 나왔다. 독성산성이라고도 하는 독산성은 평지에서 돌출하여 사방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해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남한산성과 용인의 석성산성등과 함께 도성 방어를 위한 삼각체계를 형성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이 성은 백제가 처음 쌓고, 통일신라와 고려를 거쳐 임진왜란 때까지 계속 이용 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선조27년 9월11일부터 14일까지 불과 4일 만에 백성들이 합심하여 성벽을 새로 쌓았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세마 대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선조25년(1592) 12월에 전라도 관찰사 겸 순변사였던 권율이 근왕병 1만을 모집하여 북상하다가 이 성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왜군 수만 명이 이곳을 지나가다 이 벌거숭이산에 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 한 지게를 산위로 올려 보내 조롱하였다. 그러자 권율은 물이 풍부한 것처럼 보이기 위하여 백마(白馬)를 산 위로 끌고 가 흰 쌀을 말에 끼얹으며 목욕시키는 시늉을 하였다. 이를 본 왜군은 산꼭대기에서 말 씻길 정도로 물이 풍부하다고 오판하고 퇴각 하였다고 한다. 이때 말을 씻었던 높은 대를 세마 대(洗馬 臺)라 한다.
세마 대를 보고 남문으로 내려 왔는데, 성이 아름답게 쌓여 있어서 나도 모르게 친근감이 들었다. 돌들이 작아서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 세마 대에서나 그곳에서 내려올 때나 오산시가가 한눈에 펼쳐져 있어서 도보 여행하면서 이색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름다운 오산시가지도 보고 자연의 맑은 공기도 마셔가며 걸으니 좋았다. 또한 독 산성을 오를 때나 밭과 논 사이의 길을 걸을 때와 세마대 앞에서 태양이 내리 쬐이는 가운데 오산시가지를 바라볼 때와 동문에서 남문으로 내려올 때 말 할 수 없는 평온 감을 느꼈다. 이게 산성을 오르고 내리는 기쁨이 아닐는지. 세마대는 산으로 말하면 정상인데, 우리가 산을 오를 때 정상에 도달하면 기쁨이 샘솟듯이 세마 대에서의 평온감은 독특했다. 짧은 시간에 누리는 평온감이지만 이런 현상이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내가 가보고 싶어서 찾아간 곳이어서 그런 걸까. 평화롭고 평화로운 참 평화를 오산 독 산성 세마 대에서 누려서 기뻤다. 독 산성을 둘러보며 또 하나 이색적인 것은 크고 작은 무덤들이 있다는 거였다.
나는 독 산성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내려와서 삼남 길을 걸었다. 조용해서 걷기에 좋았고, 생각하는 여유로움을 갖게 되었다. 독 산성 산림욕장에 가니 추웠다. 물론 겨울이라 추운 건 이해되지만 울창한 소나무들이 있었기에 여름에는 시원함을 만끽하겠지만 겨울에는 뜨거운 태양이 쏘여야 덜 추울 텐데, 소나무 숲이 해를 가리어서 더 추웠다. 그러나 여름에 이곳 산림욕장을 찾으면 금상첨화 일 것 같다. 나는 눕게 만든 굴곡이 있는 긴 의자에 누워서 길쭉이 솟은 나무 사이로 하늘이 펼쳐진 광경을 보았다. 목과 허리가 아픈 나는 신발을 벗고서 누우니 좋다. 라는 말이 절로 입에서 세어 나왔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읽을 테다. 이곳에서 여름에 찾아와서 누워서 한 숨 자고 싶다. 만약에 그곳을 다시 찾게 된다면 한 번 가 봤으니 다음에는 쉽게 찾아 가리라.
오산에 가니 사람들은 친절했다. 내가 묻는 말에 온유하게 대했으니 말이다. 오는 길에는 독 산성 가는 양산동 시내버스 내린 곳으로 가지 않고 가지 않았던 큰 길로 내려가서 또 다른 곳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곳은 화성 구역이었다. 나는 일정한 시간 안에 청주에 도착해야하기에 시내버스를 기다리다 말고 택시를 잡아타서 병점역으로 가서 오산가는 전철을 이용했다. 전철을 타니 마음이 따뜻했다. 아가씨, 학생, 아주머니, 군인, 외국인들 모두 정답게 보였다. 오산역에서 내려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서 청주로 오는 버스를 타고 왔다.
오늘 여행 하면서 초행길에서 오는 어려움을 체험했다. 독산성에 가기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야 했고, 잠시 길을 잃은 아이처럼 무서움이 엄습해올 때가 있었다. 이게 혼자 여행하면서 오는 어려움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지만 여행을 잘 마쳤기에 생기가 돌고 평온함이 있었다. 하여 더 바랄 것 없는 새로움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행복 자체이지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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