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속으로
이제민 지음
하느님을 만나게 해준 땅
신비
신비는 삶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다. 죽은 듯이 보이던 나뭇
가지가 봄이면 일제히 소생하고 여름이면 녹음으로 우거지고 가
을이면 단풍 들어 떨어지고 겨울이면 앙상 가지 위로 눈이 쌓이
는 것, 그 자체가 신비이다. 신비는 풀면 사라지는 수수께끼와
같은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 만물에서 하느님
의 거룩함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신비이다. 모든
사람, 모든 존재, 모든 속된 현실 안에 거룩하신 하느님이 영원
히 현존하신다는 것, 이것이 신비이다. 모든 인간은 존재 그 자
체로 하나의 신비이며 살아 있는 신비체이다. 인생이 신비이다.
신비는 무아지경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경탄할 때 체험된다. 신비의 체험은 특정인에게 주어지는 체험
이 아니라 자기 내면 깊은 곳으로 침잠할 수 있는 현실의 인간이
라면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보편적인 체험이다. 보이는 사물에서
그 이상의 것을 보고, 다른 이의 풍성한 자질에 감탄하고, 우주
의 웅대함과 조화에 탄복하며 광야로 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신
비가일 수 있다.
신비의 체험은 하느님과의 만남이며 사랑의 체험이다. 세상
만물을 있는 그대로 체험할 때 그릇된 신심이나 조작된 영성에
서 벗어나 하느님의 신비를 체험하게 된다. 하느님에게로 마음
을 열게 하는 신비는 우리 자신을 현실 안으로 이끌어 이웃을 향
하여 살게 한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